첫 촬영의 부상을 이겨낸 고창석
12시간 피바닥을 뒹군 액션 투혼 김영호
24시간 맞는 장면도 완벽할 때까지 몰입
열정과 끈기로 뭉친 연기로 현장 열기 후끈
밑바닥 거친 삶을 사는 남자들을 그린 <부산>은 부산 뒷골목을 누비며 다양한 액션과 감정 대립이 매우 많은 작품. 제작기간이 짧은 만큼 배우들의 집중력이 더욱 요구되었다.
김영호는 냄비사업으로 경쟁업자와 끝없이 폭력싸움을 벌이는 태석을 연기하면서 장시간 줄에 매달리고, 맨 주먹으로 온몸 던진 액션을 여러 차례 촬영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영화 마지막 장면을 위해 피가 흥건한 바닥을 뒹굴며 액션을 펼쳤는데 온몸을 설탕으로 만든 끈끈한 피 분장을 한 채 12시간 이상 촬영을 지속한 김영호에게 스탭과 동료배우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촬영 동안 큰 부상도 일어났다. 제작진은 워낙 강한 촬영들이 많아 첫 촬영은 비교적 무리 없는 씬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바로 이 첫날 강수 역의 고창석이 부상을 당했다. 허벅지가 심하게 부딪혀서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 된 것! 사고가 난 장면은 강수가 도망가는 밀매업자를 붙잡는 장면. 푹푹 발이 빠지는 백사장에서 수십 번 쫓고 쫓기며 치고 받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사고가 난 뒤 고창석은 잠시 쉬면 괜찮다며 촬영을 시작하려 했지만 제대로 걷기 힘든 큰 부상에 제작진은 고창석을 겨우 설득하여 첫 촬영을 마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후 무려 24시간 동안 맞는 장면 또한 고창석의 집중력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 박지원 감독이 완벽한 컷을 만들기 위해 더 강도 높게 촬영을 진행시켰는데 고창석은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며 촬영을 끝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 촬영 이후 고창석은 박지원 감독을 주연으로 하는 단편영화를 직접 연출,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 라고 말하기도.
선배의 열연도 주춤하게 만든 유승호 구타사건?
유승호, 수없이 맞는 장면 거침없이 촬영
영화 <부산>은 김영호, 고창석 등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작품을 빛낸다. 그런데, 이 쟁쟁한 선배들의 연기열정도 주춤하게 만든 장본인이 있으니 그는 바로 유승호.
막장인생, 쓰레기 같은 인간 강수(고창석)를 아빠로 둔 18살 종철 역은 유승호가 지금까지 대표적으로 보여준 캐릭터와는 180도 다른 인물. 종철은 자라온 환경 자체가 거친 밑바닥세계이기 때문에 폭력은 특별하지도 놀랍지도 않고 그만큼 자주 맞는다. 그 중 아빠 강수에게 구타를 몇 차례 당하는데 고창석의 리얼한 액션만큼이나 맞는 유승호의 액션도 생생함 그 자체. 현장에서 스탭들조차 마음이 짠했다는 후문처럼 꽃미남 유승호가 맞는 모습을 안타깝게 볼 관객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우려한 고창석은 여러 인터뷰에게 “절대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감독이 시켰을 뿐”이라며 농 섞인 발뺌을 하지만, 정작 맞은 당사자인 유승호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고. 오히려 그는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한번에 세게 맞는 등 몸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이런 구타씬 외에도 유승호는 정선경과 함께 3월의 혹한, 심야의 바닷바람을 견디며 광안대교에서 밤샘 촬영을 견뎠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혹독한 추위와 바람 속, 정선경과 오토바이를 달리는 장면에선 두 배우 모두 최소 스탭으로 많은 편의상황이 없음에도 불구, 끝까지 열연을 펼쳐 스탭진들의 갈채를 받았다.
<친구-우리들의 전설>과 같은 장소, 같은 일정에 촬영
부산 시민들, 거리 통제에 불편함 대신 적극적으로 협조
부산 시민들과 함께 완성된 영화 <부산>
영화 <부산>이 촬영을 하던 3, 4월 부산엔 또 다른 제작진이 부산에 있었다. 그 팀은 바로 드라마 <친구-우리들의 전설>(이하 <친구>). 지금은 이전한 옛날 해사고등학교 건물과 이곳 범일동 촬영지가 공교롭게도 서로 촬영장소가 겹치는 곳이었는데 그 중에 이곳 범일동 촬영을 드라마 <친구>가 먼저 진행했다.
<부산>도 유흥가 거리 약 200m를 전면 통제해야 하는 어려운 촬영이기에 이전에 촬영한 <친구> 제작이 아무 문제없이 무사히 끝났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이처럼 <친구>에 이어 <부산>의 연이은 촬영으로 생기는 거리 통제가 수 백 군데의 상가와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갈수도 있기 때문에 <부산> 제작진은 수일에 걸쳐 현장답사와 섭외진행으로 촬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예방하고자 했다.
하지만 촬영 시에는 당연하게도 많은 취객과 수많은 시민들이 촬영현장에 몰려들었고 제작진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긴장하며 밤새 촬영을 진행했다. 다행히 촬영은 문제 없이 끝났는데 이것은 바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거리 통제에도 촬영 구역 안에 있던 상가들의 업주들은 어떤 항의나 불편함의 호소도 하지 않았다. 유흥가 거리를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호프집, 노래방, 바, 유흥주점 등만 밀집해 있는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했었음에도 영화의 도시 부산 시민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촬영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오히려 촬영에 부족함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풍성한 씬스틸러의 멋진 향연
1인 2역의 정선경부터 카메오 이광기까지
웃음과 감동을 더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 스크린 압도
영화 <부산>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세 남자 김영호, 고창석, 유승호 외에도 명품연기자들로 더욱 빛난다. 일명 씬스틸러(scene-stealer)들이 곳곳에서 웃음과 감동을 배가시키는 것. 훌륭한 연기로 작품을 빛내는 배우들을 뜻하는 씬스틸러가 통상 주연이 아닌 조연배우들을 지칭한다면 영화 <부산>에는 내로라하는 주연배우들도 이 씬스틸러를 자처하며 열연을 펼친다.
먼저 영화 <부산>의 중요한 인물이자 세 남자의 사랑을 모두 받는 홍일점 정선경. 그녀는 이 작품에서 1인 2역을 맡았다. 하나는 현재 태석(김영호)을 사랑하는, 그리고 종철(유승호)이 몰래 쫓아다니는 선화, 그리고 다른 인물은 과거 속 종철의 친엄마이자 태석의 연인인 은지. 룸싸롱 마담인 선화는 태석과 연인 사이로 은지와 매우 닮은 인물이다. 때문에 종철은 자신의 친엄마와 닮은 선화를 몰래 나이트클럽 앞에서 엿보게 되고 선화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종철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정선경이 영화 전반에 걸쳐 거친 남자들에게 결핍된 가족애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 이광기는 단 한 장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박판에서 강수의 돈을 싹쓸이 하는 도박꾼 역을 능청스럽게 연기한 이광기는 노개런티임에도 최고의 열연으로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이 두 배우 외에도 조진웅, 김정학, 조재윤, 백원길 등이 절대 잊을 수 없는 명연기를 선보인다.
조진웅은 드라마 <솔약국집의 아들들>에서 ‘브루터스 리’로 인기몰이를 하고 최근 전국 800만 관객을 몰고 온 흥행작 <국가대표>에서 해설자로 웃음을 이끈 배우. 조진웅은 <부산>에서 철없는 강수의 둘도 없는 후배로, 비록 노래방 도우미 사업을 하는 인생이지만 따뜻하고 유머 있는 캐릭터로 매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조진웅과 더불어 사채업자 백원길과 권재원 커플도 한번 보면 잊기 힘든 인물들. 특히, 백원길은 개성 넘치는 외모와 말투로 영화 초반부터 포복절도를 일으킨다.